

에로스, 달콤씁쓸한
연애 조언 대신 욕망을 따져 묻는 고전학자의 산문
연인은 정말 상대를 원하는가
앤 카슨은 에로스를 그리스어 어원에 따라 없어진 것에 대한 욕망으로 정의한 뒤 묻습니다. 연인은 사랑에서 무엇을 원하나? 겉으로는 상대를 원하는 듯해도, 카슨은 그 기쁨이 상대를 향해 손을 뻗는 행위 자체에 있다고 봅니다.
이 논지가 사포와 아르킬로코스, 현대 소설, 플라톤의 대화편을 한 줄로 잇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문자와 에로스를 겹쳐 놓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읽고 쓰는 일 자체가 욕망과 어떻게 얽히는지 궁금했던 독자라면 이 책을 고를 이유가 충분합니다.
결론을 미루는 서른다섯 개의 장
카슨의 첫 작품이자 학위 논문을 고쳐 쓴 산문입니다. 서른다섯 개 장이 맞물려 이어지고, 하나의 주장이 잡힐 듯하면 이야기를 돌려 다른 면을 꺼냅니다. 답을 일부러 늦추는 이 글쓰기가 손을 뻗는 욕망이라는 주제와 그대로 맞물린다는 점이 이 책의 개성입니다.
학문과 창작 사이에 경계를 두지 않는 카슨 문학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빨강의 자서전』 같은 그의 다른 책을 먼저 만난 독자에게는 뿌리를 확인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참고문헌과 옮긴이의 말이 붙어 있어 더 읽어 나갈 실마리도 얻을 수 있습니다. 시인 황유원이 우리말로 옮겼다는 점도 문장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위로나 연애 에세이를 기대한다면
에세이 서가에 꽂히지만 편하게 읽는 산문은 아닙니다. 이름과 시대, 장르가 빠르게 바뀌어 고대 문학에 익숙하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쉽고, 명확한 결론도 주지 않습니다. 사랑에 대한 위로나 관계 조언을 찾는다면 다른 책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이런 분이, 이런 상황에서 읽으면 좋습니다
- 문학 모임에서 사랑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을 때
서른다섯 개 장으로 나뉘어 있어 한 장만 골라 이야기를 꺼낼 수 있습니다. '연인은 사랑에서 무엇을 원하나?' 같은 장 제목이 그대로 논제가 됩니다.
- 앤 카슨의 다른 책을 읽고 출발점이 궁금할 때
그의 첫 작품이라 학문과 창작을 섞는 방식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볼 수 있습니다.
- 플라톤 대화편의 에로스 논의를 더 읽고 싶을 때
책 말미에서 소크라테스와 구애의 문제를 다뤄, 대화편을 읽은 뒤 이어 보기 좋습니다.
읽고 나면 기대할 수 있는 것
- 에로스를 없어진 것에 대한 욕망이자 경계의 문제로 보는 카슨의 틀을 이해하게 됩니다.
- 문자, 읽기, 쓰기가 욕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낯선 각도에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 서로 멀리 떨어진 고전과 현대 문학을 한 주제로 엮어 읽는 방식을 접합니다.
이 서평은 책 소개, 목차, 저자 소개, 출판사 서평 등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작성 기준 보기
구매 버튼은 제휴 링크이며, 구매가 이루어지면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책값은 그대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