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0월 21~27일 주간 종합 베스트 1위
가호
개미핥기가 이사를 명령하는 하루키 신작 장편
여성 단독 주인공으로 돌아온 환상극
검은 털의 개미핥기가 나타나 당장 무사시사카이로 옮겨 가라고 말합니다. 3년 만에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 『가호』는 이 황당한 지시로 시동을 겁니다. 혼자 조용히 살던 그림책 작가 가호는 이유도 모른 채 도쿄 외곽으로 이사하고, 개미핥기의 부탁을 물리치지 못해 위험한 거래에까지 나섭니다.
눈여겨볼 점은 주인공입니다. 출판사는 이 작품을 하루키가 여성을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첫 장편으로 소개합니다. 오래 읽어 온 독자라면 이전 장편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견주어 볼 만합니다.
376쪽이 4개 장으로 나뉘는데 뒤로 갈수록 장이 길어지고, 마지막 4장에 분량이 가장 많이 실려 있습니다. 앞쪽은 가볍게 들어가고 뒤쪽에서 오래 머무는 구성입니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에 관한 소설
뼈대는 모험보다 질문에 가깝습니다. 가호가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조력자들이 나타나 자기 이야기를 계속 써 나가라고 다그칩니다. 몰려드는 존재들 가운데 무엇을 품고 무엇을 내칠지 고르는 일이 주인공의 몫으로 주어집니다.
창작론을 소설로 옮긴 셈이지만, 자기 삶을 어떻게 끌고 갈지 고민하는 독자에게도 통하는 물음입니다. 환상 장치가 분위기에 그치지 않고 선택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강점입니다. 일본 독자 반응과 출판사 설명 모두 속도감을 꼽고 있어 하루키 입문작으로도 고려할 만합니다.
해명을 기대하면 답답할 수 있습니다
소개 자료를 보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일이 이어지고, 정답이 하나로 떨어지지 않는 질문이 중심에 놓입니다. 원인과 결과가 또렷하게 정리되는 소설을 원한다면 답답할 수 있습니다. 말하는 동물과 이계의 존재가 현실 위에 겹치는 설정이 그동안 취향에 맞지 않았던 독자에게도 권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분이, 이런 상황에서 읽으면 좋습니다
- 하루키 신작을 전작들과 비교해 읽고 싶을 때
여성 단독 주인공 장편으로 소개된 작품이라 이전 장편과의 차이를 따져 볼 거리가 많습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다음에 나온 장편이기도 합니다.
- 글이나 그림 작업이 막혀 손을 놓고 있을 때
주인공이 그림책 작가이고,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지를 계속 묻는 소설입니다. 쓰기를 멈추지 말라는 조력자들의 요구가 작업하는 사람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 하루키를 처음 읽을 한 권을 고르는 중일 때
일본 독자들 사이에서 쉽고 스릴 있다는 반응이 나왔고 출판사도 전개 속도를 강조합니다. 여러 권짜리보다 시작하기에 부담이 적습니다.
읽고 나면 기대할 수 있는 것
- 하루키가 오래 붙들어 온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소설의 형태로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 현실의 세밀한 묘사 위에 개미핥기와 재규어 같은 이계의 존재를 얹는 하루키식 작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밀려드는 일 가운데 무엇을 받아들이고 내칠지 판단하는 문제를 자기 삶에 대입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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