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0월 21~27일 주간 종합 베스트 4위
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
보고서를 읽다 보면 어느새 신입 탐사원이 됩니다
지침서로 시작하는 500쪽짜리 기록철
줄글 소설을 기대하고 펼치면 먼저 입사 환영 문구와 탐사 지침서가 나옵니다. 최인서의 첫 장편인 이 소설은 사건 보고서, 음성 녹취록, 면담 기록, 직원 채팅으로 짜여 있습니다. 독자는 신입 탐사원의 자리에서 어긋난 기록과 지워진 대목을 스스로 이어 붙여야 합니다.
포스타입 연재 때 누적 조회수 55만 회를 모은 작품입니다. 목차를 보면 원영궁에서 지하리 4호분, 와룡사, 사덕헌, 거렁바위골로 탐사지가 옮겨 가며 사건이 쌓입니다. 장소마다 지침서가 붙어 있어 긴 분량을 끊어 읽기에도 편합니다.
괴담 뒤에 남겨 둔 애도
비슷한 형식의 괴담과 갈리는 지점은 공포의 출처입니다. 괴이한 존재들은 공식 기록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사람들의 흔적으로 그려지고, 작가는 희생자를 괴담 소재로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묻습니다. 소개대로라면 무서움이 슬픔으로 옮겨 가는 소설입니다.
작가의 말에서도 전쟁 기록의 한 줄 뒤로 사라진 삶들 앞에서 공포를 느껴 왔다고 밝힙니다. 공포물을 고르면서도 읽고 난 뒤 남는 생각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 점이 선택의 이유가 됩니다.
동료를 끝까지 챙기려는 탐사원들의 관계도 큰 축입니다. 회의 녹취록과 채팅 같은 사무적인 문서에서 유대가 드러난다는 점은 이 형식이기에 가능한 강점입니다. 종장 뒤에는 고어 해독이 따로 실려 있습니다.
문서 퍼즐이 피곤한 독자라면
서술자가 차근차근 안내하는 소설을 원하는 분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끊긴 문서 사이를 스스로 메워야 하고, 818g이라 들고 다니며 읽기에도 무겁습니다. 죽음과 실종이 줄곧 전면에 나오므로 이런 소재가 힘든 시기라면 미뤄 두는 편이 낫습니다.
이런 분이, 이런 상황에서 읽으면 좋습니다
- 궁궐이나 고분 답사를 다녀온 뒤 여운이 남을 때
사적지가 무대라 직접 걸어 본 공간이 머릿속에 겹칩니다. 관람 안내문에 없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게 만드는 설정입니다.
- 규칙 괴담을 찾아 읽다가 긴 이야기가 고플 때
지침서의 규칙이 탐사원의 생사를 가르는 설정이 짧은 괴담의 재미를 잇습니다. 여기에 장편 분량의 사건 연결이 더해집니다.
- 단서를 메모하며 읽는 추리 독서를 좋아할 때
보고서와 녹취록을 대조해야 진상에 가까워지는 구조입니다. 앞 문서로 되돌아가 확인하며 읽는 방식과 잘 맞습니다.
읽고 나면 기대할 수 있는 것
- 지침서, 녹취록, 채팅 기록을 대조해 단서를 잇는 아카이브 미스터리 형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사료의 짧은 한 줄 뒤에 있었을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 역사의 비극을 이야기 소재로 쓸 때 생기는 윤리적 질문을 작가의 고민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궁궐과 고분 같은 익숙한 장소를 공식 기록 밖 사람들의 자리로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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