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지셔닝
내 브랜드 몇 등인지 알고 고르는 처방
사다리 몇 번째 칸인지부터 묻는 책
마케팅 수업에서 포지셔닝은 대개 좌표 그림 한 장으로 배웁니다. 그런데 원전을 펴면 좌표보다 등수가 먼저 나옵니다. 1등이 할 일과 2등이 할 일, 등외가 할 일이 서로 다르고, 남의 처방을 따라 하면 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포지셔닝』을 등수별 처방전으로 읽습니다. 내 브랜드가 고객 머릿속 사다리의 몇 번째 칸에 있는지 정한 뒤 해당 장부터 펼치면 1981년의 낡은 사례도 지금 문제에 맞춰 읽힙니다.

1981년 책이요? 사례가 다 옛날 광고일 텐데 지금 읽을 이유가 있어요?

사례는 많이 낡았어요. 그런데 질문 하나는 안 낡았어요.

어떤 질문인데요?

고객 머릿속에서 우리가 몇 등이냐는 거요. 회사 안의 점유율 말고요.
전제: 싸움터는 제품이 아니라 머릿속이다 (1~5장)
두 저자의 주장은 포지셔닝이 제품에 하는 일이 아니라 고객의 생각에 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제품은 그대로 두고, 이미 머릿속에 있는 것과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포지셔닝은 상품에 대한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어떤 행동을 가하는 것이다. 즉,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해당 상품의 위치를 잡아 주는 것이다.p.21
이유는 커뮤니케이션 과잉입니다. 정보가 넘치면 사람은 더 듣지 않고 걸러 냅니다. 그러니 모든 것을 말하지 말고 하나만 고르라고 합니다. 이미 머릿속에 자리 잡은 생각을 바꾸려 들면 재앙이 된다는 경고도 합니다.
그다음이 사다리입니다. 사람은 제품군마다 머릿속에 사다리를 하나 두고 브랜드를 칸에 올려놓습니다. 렌터카라면 맨 위에 허츠, 둘째에 에이비스, 셋째에 내셔널이 있었습니다. 달에 처음 내린 사람은 기억해도 두 번째는 잘 모르듯, 첫 칸의 이점이 압도적이라고 말합니다.
5장은 냉정합니다. 돈과 노력과 인내를 쏟아도 닿을 수 없는 자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복사기 시장에 들어갔다가 실패한 IBM이 그런 사례로 나옵니다. 컴퓨터의 강자가 복사기에서 1등의 자리를 빼앗지 못한 것입니다.

등수별 처방전 (6~8장)
4장과 6~8장의 내용을 등수별로 다시 묶으면 아래 표가 됩니다. 묶음은 이 글이 정리한 것입니다.
| 내 자리 | 책의 처방 | 하지 말 것 | 대표 사례 |
|---|---|---|---|
| 1위 | 신제품을 따라 해 자리를 지키고 내 제품을 내가 대체 | 우리가 1등이라고 떠들기 | 프록터 앤드 갬블의 복수 브랜드 |
| 2위 | 1위와의 관계를 인정하고 그 반대편에 서기 | 1위와 정면 비교 | 에이비스, 세븐업 |
| 등외 | 크기, 가격, 성별, 연령, 유통 경로에서 빈칸 찾기 | 모두에게 어필 | 말보로의 남성 담배 |
| 고정된 1위 앞 | 상대를 달리 보이게 만들어 틈 내기 | 근거 없는 깎아내리기 | 타이레놀과 아스피린 |
6장의 요지는 1위가 1위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말 대신 제품군 자체를 키우라고 합니다. 경쟁자의 새 제품을 빠르게 따라 하고, 다른 회사가 내 제품을 대체하기 전에 자기가 대체하라고 합니다.
에이비스는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입니다. 2위임을 인정하고 더 열심히 일한다고 말한 뒤 적자에서 벗어났다고 저자들은 전합니다. 세븐업의 언콜라도 같은 구조입니다. 콜라 마시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콜라가 아닌 것이라는 칸을 만든 것입니다.
“에이비스는 렌터카업계에서 2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고객은 어째서 우리를 이용할까요? 우리가 더 열심히 일하기 때문입니다.”p.78
8장의 재포지셔닝은 조금 공격적입니다. 타이레놀은 아스피린이 위에 부담이 되는 사람을 위한 진통제라고 말하며 아스피린의 자리를 흔들었습니다. 단순 비교 광고가 대개 실패하는 까닭은 상대의 이미지를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2위 전략을 3위가 따라 하면 안 돼요. 에이비스의 말은 사다리 둘째 칸에 있으니 먹힌 말이거든요.
이름에서 시작되는 세 가지 함정 (9~13장)
저자들은 이름을 포지셔닝의 첫 결정으로 봅니다. 긴 회사명을 머리글자로 줄이면 뜻이 사라지는데, 이것이 의미 없는 이름의 함정입니다. 리더의 후광에 올라타는 무임승차도, 잘 나가는 이름을 신제품에 다시 붙이는 라인 확장도 함정으로 꼽습니다.
라인 확장 비판은 지금도 회의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대목일 것입니다. 저자들은 사람들이 브랜드를 한 가지 뜻으로 기억한다고 봅니다. 복사기 회사 제록스의 컴퓨터가 안 되는 까닭입니다. 프랭크 시나트라 2세는 사람 이름에 적용한 같은 논리입니다.
13장은 예외를 인정합니다. 경쟁이 없거나 판매량이 작거나 광고를 하지 않는 품목은 회사 이름을 그냥 써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 조건을 체크리스트처럼 쓸 수 있어 이 묶음에서 실무에 가장 가까운 장입니다.
사례 장과 나 자신 (14~22장)
14~19장은 기업, 국가, 제품, 서비스, 은행, 교회에 각각 포지셔닝을 적용한 사례 묶음입니다. 이 글에서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장들입니다. 포지셔닝이 광고 밖에서도 쓰인다는 주장을 사례로 보여 주는 부분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20장은 개인의 경력입니다. 자기를 정의하고, 실수를 두려워 말고, 이름을 잘 고르고, 회사나 상사, 친구, 아이디어처럼 올라탈 말을 찾으라고 합니다. 이직을 앞둔 마케터라면 내가 머릿속에 어떤 한 단어로 남아 있는지 묻는 쓸모가 있습니다.
홍보 대목에서는 무명일 때의 이점도 말합니다. 대중 매체는 새 얼굴을 찾으므로, 정치인 존 매케인처럼 준비가 되기 전까지 이름을 아껴 두었다가 한 번에 쓰라는 것입니다. 수단보다 목적이 먼저라고 다시 짚습니다.
그리고 홍보나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소비자 마인드에 포지션을 확립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은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p.218
21장의 여섯 질문이 이 책의 실행 양식입니다.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 어떤 자리를 원하는가, 누구를 넘어서야 하는가, 돈은 충분한가, 버틸 수 있는가, 내 말과 내 행동이 맞는가.
한국 실무로 옮겨 보면 (이 글의 가상 예시입니다)
책에 나오는 내용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예입니다. 어느 지역 세탁 앱이 시장 3위라고 합시다. 2위의 말을 흉내 내어 더 열심히 한다고 외치는 것은 등외가 2위 처방을 쓰는 일입니다.
책대로라면 빈칸을 찾습니다. 크기로 치면 이불 같은 큰 세탁물만 받는 앱, 연령으로 치면 맞벌이 부모의 아이 옷, 경로로 치면 아파트 관리사무소 공동 수거 같은 칸이 후보입니다. 그중 하나를 고르면 다른 칸의 고객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 포기가 포지셔닝의 본체입니다.
이 책이 약한 곳
가장 큰 약점은 시대입니다. 검색, 소셜, 추천 알고리즘이 나오기 전의 책입니다. 고객이 광고만 보고 머릿속 칸을 정하던 시절의 전제가 깔려 있어서, 후기와 검색 결과로 자리를 비교하는 지금과 차이가 있습니다.
주장도 일부 지나칩니다. 해외 비평에는 의미 없는 이름이 위험하다는 말에 구글이나 닌텐도 위처럼 반례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스턴 항공의 부진을 이름 탓으로 돌리는 것도 규제 완화나 노사 문제를 빼놓은 설명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대규모 광고 예산과 긴 조사를 전제로 한 책이라 초기 스타트업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 바이런 샤프 쪽 연구자들은 소비자가 브랜드의 차이를 생각만큼 의식하지 않고, 눈에 잘 띄고 떠올리기 쉬운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합니다. 칸 하나를 차지하면 된다는 말을 그대로 믿기보다 이 반론과 함께 읽는 편이 낫습니다.
독자 리뷰는 사례의 양과 재미를 칭찬하는 쪽이 많습니다. 다만 이번 판은 오랜 사례에 저자들의 20년 뒤 논평을 덧붙인 형태라, 판단이 틀렸다고 자인한 대목까지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입니다.
오늘 해 볼 일
- 고객 다섯 명에게 이 업종에서 떠오르는 브랜드를 순서대로 물어 내 칸을 확인합니다. 회사 내부의 점유율 자료로 대신하지 않습니다.
- 그 칸에 맞는 장(1위는 6장, 2위와 등외는 7~8장)을 읽고, 지금 메시지가 남의 처방인지 따져 봅니다.
- 최근의 신제품 이름 후보를 13장의 조건에 대어 보고, 기존 이름을 써도 되는지 판정합니다.
이런 분이, 이런 상황에서 읽으면 좋습니다
- 1위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하는 후발 브랜드
등수별로 처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등외라면 크기, 가격, 연령, 경로에서 빈칸을 찾게 합니다.
- 잘된 제품 이름을 또 쓰자는 말을 듣는 담당자
라인 확장의 함정과 예외 조건을 함께 줍니다. 회의에서 판단할 기준으로 쓸 수 있습니다.
- 이직 전에 내 강점을 한 단어로 못 대는 사람
개인에게 포지셔닝을 적용한 장이 있습니다. 나를 어떤 한 단어로 남길지 묻게 됩니다.
읽고 나면 기대할 수 있는 것
- 내 브랜드의 머릿속 등수를 확인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 라인 확장이 맞는 조건과 안 맞는 조건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여섯 질문으로 지금 메시지를 점검할 수 있습니다.
- 포기해야 할 고객을 정하는 일이 왜 전략인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책 소개, 목차, 책 속 발췌, 출판사 서평, 공개된 독자 리뷰와 널리 알려진 내용을 바탕으로 AI의 도움을 받아 정리했습니다. 저자·출판사와 무관한 개인 해설입니다. 작성 기준 보기
구매 버튼과 쿠팡 배너는 제휴 링크이며, 구매가 이루어지면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책값은 그대로입니다.



